시카고 출신 선교사이자 아우구스티누스 수도회 소속인 로버트 프레보스트가 가톨릭 교회 역사상 첫 미국인 교황으로 선출됐다. 그는 새 교황으로서 레오 14세라는 이름을 선택했다.

 

콘클라베 둘째 날 시스티나 성당에서 흰 연기가 피어오르자 성 베드로 광장에 모인 수많은 신도들은 환호와 기도로 응답했다. "하베무스 파팜!(우리에겐 교황이 있습니다!)"이라는 선언과 함께, 69세의 프레보스트 추기경이 새 교황으로 공식 발표됐다.

 

레오 14세는 즉위 후 성 베드로 대성당의 로지아에서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라는 말로 첫 연설을 시작했다. 그는 평화, 대화, 선교적 복음화를 강조하며 전통적인 붉은 망토를 입은 채 등장해, 프란치스코 교황의 비전통적 행보 이후 교회의 전통으로 일정 부분 회귀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됐다.

 

프레보스트는 미국 출신이지만, 수년간 페루에서 선교사와 대주교로 활동했으며, 페루 시민권도 보유하고 있다. 이 같은 국제적 배경은 미국 출신 교황 선출에 대한 전통적 금기를 완화시키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를 오랫동안 신뢰하며 교황청 주요 보직에 임명해왔다. 2023년에는 세계 주교 후보를 심사하는 중대한 직책인 주교성성 장관으로 발탁했으며, 2025년 1월에는 고위 추기경으로 승격시켰다. 이러한 경력은 프레보스트가 교황직에 오를 수 있는 기반이 되었다.

 

로마 현지에서는 수많은 신도들이 새 교황의 선출을 환영했다. 일부는 감격에 눈물을 흘리며 “비바 일 파파!”를 외쳤다. 새 교황은 이탈리아어와 스페인어로 인사를 전했으며, 영어는 사용하지 않았다. 그는 스페인어로 “특히 제가 사랑하는 페루 치클라요 교구의 신자 여러분께 인사를 드립니다. 여러분과 함께 신앙을 나눈 기억을 간직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번 선출에 대해 “미국에 큰 영광”이라며 “이보다 더한 영광이 어디 있겠는가. 놀랍고 기쁜 일”이라고 논평했다.

 

레오 14세라는 이름은 1903년 선종한 레오 13세 이후 처음이다. 레오 13세는 교회의 현대성 수용을 시도한 개혁가로, 1891년 『새로운 사태(Rerum Novarum)』 회칙을 통해 노동자 권리와 사회 정의를 천명한 바 있다.

 

바티칸 전문가들은 프레보스트의 이름 선택이 사회 정의에 대한 관심과 프란치스코 교황의 사목적 유산을 계승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한다고 해석한다. 뉴욕 맨해튼 칼리지의 나탈리아 임페라토리-리 교수는 “그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핵심 과제를 이어가겠다는 신호를 보냈다”고 분석했다.

 

프레보스트는 아우구스티누스 수도회의 전 지도자로, 이 수도회는 공동체 생활, 명상적 영성, 그리고 사회적 봉사를 중심 가치로 삼는다. 수도회 명맥은 5세기 신학자 히포의 성 아우구스티누스에게서 유래한다.

 

그는 미국 빌라노바 대학교를 졸업한 뒤 수도회에서 활동하며, 이후 페루로 파견되었다.

 

2015년 페루 시민권을 취득했고, 2023년부터는 교황청 라틴아메리카 위원회 위원장을 맡으며 남미 가톨릭 교계와 긴밀히 교류했다.

 

특히 프란치스코 교황의 주요 개혁 중 하나인 주교 임명 심사 과정에 여성 3명을 투표권자로 추가하는 작업을 주도하며 주목받았다. 이후 추기경단 최고 계급으로 승진하면서 사실상 교황직 계승 후보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했다.

 

그의 선출이 알려지자 페루 리마 대성당 종이 울렸고, 시민들은 그가 페루 출신이라는 자부심에 감격했다. 현장에 있던 교사 이사벨 파네즈는 “교황님이 우리나라를 대표한다는 사실이 정말 자랑스럽다”며 “언젠가 페루를 방문해주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콘클라베는 역사상 가장 지리적으로 다양한 인물들이 참여한 것으로 기록됐다. 교황 레오 14세의 즉위는 단지 미국 가톨릭의 상징적 승리가 아니라, 세계 교회 내에서 남미와 북미, 전통과 개혁을 아우르는 균형의 새 시대를 알리는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

 

 

*CTV뉴스의 글을 번역,편집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