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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살에 휴대전화를 처음 손에 쥔 아이바 페냐(Ayva Peña)는 그때부터 스킨케어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처음엔 엄마 지젤 페냐(Giselle Peña)와 함께 마스크팩을 하고, 가끔은 쇼핑을 즐기며 새로운 제품을 함께 써보는 것이 즐거운 추억이었다.
하지만 로드아일랜드에 사는 이 엄마는 딸의 약 서랍에서 300달러짜리 안티에이징 크림을 발견했을 때 충격을 받았다. "정말 화가 났어요. 아이바는 겨우 15살인데, 제품엔 잔주름, 주름, 탄력 개선 같은 문구가 적혀 있었어요. '이건 너한테 필요한 게 아니야'라고 생각했죠."라고 페냐는 말했다.
그녀는 소셜미디어가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나이에 맞지 않는 고가의 복잡한 스킨케어 제품을 유행시키고 있다는 점에 대해 깊이 우려하고 있다. 그리고, 월요일 발표된 한 소아과학 저널 연구는 이러한 부모들의 걱정이 근거 있는 것임을 보여준다.
평균 6단계 루틴, 11가지 자극 성분…SPF는 드물어 연구팀은 7세에서 18세 사이의 틱톡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올린 영상 100편을 분석한 결과, 이들의 스킨케어 루틴에는 평균 11개의 잠재적 자극 성분이 포함돼 있었으며, 이 중 다수는 피부 알레르기 및 자외선 민감도 증가 위험을 높이는 성분이었다.
놀랍게도 이들 중 자외선 차단제를 포함한 루틴은 25%에 불과했다.
연구를 주도한 노스웨스턴대 피부과 전문의 몰리 헤일스(Molly Hales) 박사는 "영상 속 아이들 대부분은 여드름이나 뚜렷한 피부 문제가 없었다. 깨끗하고 건강한 피부였죠. 하지만 그들이 사용하는 제품은 피부에 해로울 수 있습니다"라고 경고했다.
또한 이들의 평균 루틴은 6단계에 이르렀고, 한 달 사용 제품 가격은 평균 168달러, 일부는 500달러 이상에 달했다.
"아침 5시 30분 기상 루틴, 건강보다 외모 집착으로 이어질 수도" "아이들이 학교 가는 날 아침 5시 30분에 일어나 복잡한 루틴을 수행하는 건 건강보다 외모에 집착하는 사회적 이상을 내면화할 수 있습니다."라고 헤일스 박사는 말했다.
그녀는 이러한 현상이 청소년의 정체성과 자아 형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윤리적 질문도 던진다고 지적했다.
틱톡 측은 이에 대해 "이런 콘텐츠는 모든 미디어에서 흔히 볼 수 있다"며, 13세 미만 이용자는 제한되며 전문가들과 협력해 청소년 보호 정책을 시행 중이라고 밝혔다.
자외선 차단제 없는 루틴…AHA 사용 시 더욱 위험 특히 자외선 차단제가 부족한 루틴은 피부에 위험하다. 연구진은 스킨케어 루틴에 흔히 포함된 AHA(알파 하이드록시산) 성분이 피부 세포를 제거해 피부를 밝고 매끈하게 보이게 하지만, 동시에 자외선에 대한 민감도도 높인다고 경고했다.
헤일스 박사는 "AHA 사용 시 매일 SPF를 바르는 것이 필수"라며, "그렇지 않으면 영구적인 피부 손상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많은 제품들이 비타민C나 나이아신아마이드 같은 활성 성분을 중복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피부 자극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공동 저자인 타라 라구 박사도 "청소년들은 같은 성분이 여러 제품에 중복돼 있다는 걸 인식하지 못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피부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잘못된 정보, 피부에 해로운 트렌드 유발 클리블랜드의 소아 피부과 전문의 소날 샤 박사는 "특히 18세 미만의 콘텐츠 제작자가 제공하는 정보는 과학적 근거가 부족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부 청소년들이 사용하는 스크럽 브러시, 마이크로비드 클렌저 같은 기계적 각질 제거 제품은 얼굴 피부에 지나치게 자극적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많은 영상이 밝은 피부톤 기준으로 구성돼 있어 어두운 피부를 가진 청소년들의 피부 특성과 요구를 배제하거나, 더 밝은 피부를 미의 기준으로 삼는 유해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고 연구진은 경고했다.
10대에게 적절한 스킨케어는? 전문가들은 여드름이 없는 청소년의 경우에는 순한 클렌저, 무향 보습제, 미네랄 자외선 차단제 정도면 충분하다고 말한다. 주름 개선이나 탄력 증가를 위한 노화 방지 제품은 어린 피부에는 효과가 없고 불필요한 자극만 줄 수 있다.
여드름이 있다면 살리실산이나 저농도 벤조일 퍼옥사이드 등이 포함된 일반 의약품을 사용할 수 있다. 단, 심한 경우 피부과 전문의와 상의하는 것이 좋다.
부모와의 대화가 가장 중요 아동 발달 전문가인 제니퍼 해리거 박사는 "부모는 자녀가 소셜미디어에서 어떤 메시지를 보고, 왜 특정 제품을 사고 싶어 하는지를 함께 대화해야 합니다"라고 조언한다.
헤일스 박사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덧붙였다. "이런 콘텐츠는 단순히 외모 가꾸기가 아니라 자아 탐색의 일환일 수도 있습니다. 사회에서 여성으로 살아가는 방식, 자기 표현의 시작을 보여주는 사례인 셈이죠. 부모와 사회가 이를 이해하고 열린 마음으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CTV뉴스의 글을 번역,편집한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