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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수록 인지 기능이 떨어진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단순한 생활 습관 개선만으로도 그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대규모 연구 결과가 나왔다.
66세의 필리스 존스(Phyllis Jones)는 불과 4년 전까지만 해도 인생의 어둠 속을 헤매고 있었다. 어머니의 죽음, 팬데믹으로 인한 스트레스, 악화되는 직장 환경까지 겹치면서 그녀는 공황 발작과 우울증을 겪었다. 아들이 한 말은 그녀를 완전히 깨우게 했다. “엄마, 이 나이에 제가 엄마를 돌봐야 할 줄은 몰랐어요.”
그 순간, 그녀는 삶을 바꾸기로 결심했고, 마침 알게 된 것이 바로 미국 POINTER 연구였다.
미국 최대 규모의 인지 기능 보호 연구 POINTER 연구(Protect Brain Health Through Lifestyle Intervention to Reduce Risk)는 미국에서 진행된 최대 규모의 무작위 임상 시험으로, 고위험군 노인이 생활 습관을 개선하면 인지 기능 저하를 막을 수 있는지를 조사했다.
연구에는 60세에서 79세 사이, 인지적으로는 건강하지만 당뇨병 전단계 또는 경계성 고혈압 등 치매 위험 요인을 가진 2,111명이 참여했다.
연구 책임자이자 웨이크 포레스트 대학교 의과대학의 노인학 교수 로라 베이커(Laura Baker)는 “참가자들은 위험군이지만 치매 진단은 받지 않은 이들이었다”고 설명했다.
생활 습관 변화, ‘1~2년 인지 기능 저하 지연’ 효과 참여자는 두 그룹으로 나뉘었다. 절반은 2년간 총 38회에 걸쳐 구조화된 팀 모임에 참석했다. 각 모임에서는 전문가의 지도 아래 운동, 식단, 사회 활동, 뇌 훈련 등 뇌 건강을 위한 통합적인 지침을 따랐다.
나머지 절반은 ‘자율 그룹’으로, 동일한 정보를 받되 개별적으로 생활 습관을 개선하도록 권장되었다. 두 그룹 모두 6개월마다 인지 및 신체 검사를 받았다.
그 결과, 구조화된 프로그램에 참여한 그룹은 자율 그룹에 비해 평균 1~2년가량 인지 기능 저하 속도가 늦춰졌다. 하지만 자율 그룹 역시 시간 경과에 따라 일부 인지 기능 향상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핵심은 운동, 식단, 사회 연결 첫 번째 과제는 운동이었다. 참가자들은 YMCA 회원권을 제공받아 유산소, 근력, 스트레칭 운동을 병행했고, 피트니스 트래커로 활동량을 기록했다. 존스는 “처음 10분만 해도 힘들었지만, 서서히 늘리며 즐기게 됐다”고 말했다.
다음은 MIND 식단이었다. 이는 지중해식 식단과 DASH 식단을 결합한 형태로, 염분과 포화지방을 줄이고, 녹색 잎채소·베리류·올리브오일 등 뇌 건강에 좋은 식품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존스는 “디저트를 완전히 포기하지 않아도 돼서 부담이 적었다”고 말했다. “일주일에 4번까지는 먹을 수 있었거든요.”
연구진은 참가자들이 혈압, 혈당 등 건강 수치를 스스로 측정하고 익히도록 지도했으며, 온라인 인지 훈련 앱을 통해 두뇌 자극도 병행했다.
마지막으로 강조된 요소는 사회적 연결이다. 낯선 사람과 대화하기, 친구들과 외출하기 등의 과제가 주어졌고, 존스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81세의 절친을 만났다”며 “사회적 고립에서 벗어나자 에너지도 더 생기고, 더 활발해졌다”고 말했다.
"처음엔 손을 잡아줬지만, 결국 스스로 날게 됐어요" 베이커 교수는 “시간이 지나면서 체크인 빈도를 줄여 참가자들이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지게 했다”고 밝혔다. “건강한 사람이라고 스스로 인식하면, 그에 맞는 선택을 하게 됩니다.”
또한 POINTER 연구의 진정한 가치는 방대한 추적 데이터에 있다. 참가자의 운동 기록, 식단 점수, 팀 회의 참석률, 뇌 훈련 여부 등 모든 요소가 웹 기반 시스템으로 추적됐다. 혈액 바이오마커, 수면 패턴, 뇌 스캔 등도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베이커 교수는 이 연구가 갖는 한계도 명확히 짚었다. “시험에 익숙해져 성적이 올라가는 '연습 효과'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시험 장소, 과정, 검사자에 익숙해진 결과일 수도 있으니까요.”
"치매 위험군의 인지 기능 향상 가능성 보여줘" 알츠하이머 협회와 함께 이 연구를 진행한 마리아 카릴로 박사는 “2년은 뇌 건강의 변화 추이를 보기에는 충분치 않다”며 “4년간의 장기 추적 조사를 위해 추가로 4천만 달러를 투자했다”고 밝혔다. 현재 80% 이상의 초기 참가자들이 후속 연구에 참여 중이다.
알츠하이머병 생활습관 치료의 선구자이자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 대학교 의대의 딘 오니시 박사 역시 이 연구의 의의를 강조했다.
그는 “POINTER 연구는 초기 알츠하이머 환자까지도 생활 습관 변화만으로 인지 기능을 개선할 수 있다는 기존 임상 결과를 보완한다”며 “중등도 생활 습관 개선만으로도 예방 효과가 있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뇌 건강은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 마라톤입니다” 뇌 건강을 위한 생활 습관 개선은 단기적인 효과보다도 장기적인 실천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POINTER 연구가 보여준 바와 같이, 작은 습관의 변화가 뇌의 노화를 늦출 수 있다면, 지금이야말로 그 첫걸음을 뗄 때다.
*CP24의 글을 번역,편집한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