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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곳 넘게 지원했지만 면접 한 번도 못 봤어요”
마컴의 마크빌 몰 중앙 코트 앞에는 평일 오후에도 수백 명의 구직자들이 길게 줄을 서 있었다. 신제품 출시를 기다리는 인파처럼 보이지만, 이들은 생계를 위한 일자리를 찾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다.
캐나다 전역에서 실업률이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채용 박람회는 희망과 절망이 교차하는 현장이 되고 있다. 고용주들은 하루 수백 명의 지원자를 만나야 하고, 구직자들은 수십 번의 지원에도 면접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50곳 넘게 지원했지만, 단 한 번도 면접 제안을 받지 못했어요.” 25세의 숀 라지는 비즈니스 캐주얼 차림으로 행사장에 들어서며 이렇게 말했다. 9개월 전 범죄학 학위를 취득한 그는 “학위가 있어도 최저임금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다”며 “이제는 우리가 ‘과잉 자격자’로 취급된다”고 덧붙였다.
이번 박람회에는 Chatime, Best Buy, Harvey’s 등 대형 브랜드를 포함한 수십 개 기업이 참여했다. 하지만 구직자 수는 채용 인원을 훨씬 웃돌았다.
“기업들이 채용에 제동 걸었다” 소매 분석가 브루스 윈더는 “팬데믹 이후 기업들이 기술직 중심으로 인력을 급격히 확충했지만, 이제는 구조조정이 이어지고 있다”며 “중간 관리자들이 신입 일자리까지 차지하면서, 청년층의 취업 문이 더욱 좁아졌다”고 진단했다.
그는 “경제가 전환점에 도달하기 전에 정부가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이민자 유입 감소가 단기적으로는 경쟁을 완화할 수 있지만, 장기 계획이 없다면 대규모 실업과 소비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15년 경력, 박사 학위도 소용없어요” 줄 맨 앞에 서 있던 인사 전문가 텔하 유사프 역시 답답함을 감추지 못했다. “인사 분야에서 15년간 일했고, 프로젝트 관리 석사에 이어 경영학 박사 학위도 거의 마쳤어요. 그래도 안정적인 일자리를 구하기가 너무 어렵습니다.”
그 뒤에 선 또 다른 참가자는 “오늘 아침 토론토에서 열린 다른 취업 박람회에도 다녀왔다”며 “이제는 하루에 두 곳 이상을 돌아다니는 게 일상이 됐다”고 말했다.
잇따른 매장 폐쇄, 소매업 불황이 불씨 허드슨베이, 스타벅스, 데카트론, 프랭크 앤 오크 등 주요 소매 브랜드가 매장 폐쇄를 단행하면서 구직자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 AI 기술 확산과 관세 불확실성까지 겹치며, 기업들은 신규 고용보다 비용 절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난 7월 CNE(캐나다 내셔널 전시회) 채용 박람회에는 수천 명이 몰려, 임시 파트타임 일자리를 얻기 위한 대기 행렬이 도시 한 블록을 가득 메우기도 했다.
“계획 없는 회복은 없다” 전문가들은 “캐나다는 여전히 회복의 기회를 갖고 있지만, 실질적인 노동시장 개혁과 산업 다변화가 뒤따르지 않으면 경기침체의 고리가 이어질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마크빌 몰 행사장을 떠나는 라지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다. “이곳에 온 수백 명이 저와 똑같은 상황이에요. 다들 지쳤지만, 그래도 내일은 나아지길 바랍니다.”
*CP24의 글을 번역,편집한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