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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타: 불과 재〉는 영화가 할 수 있는 가장 본질적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다. 관객을 완전히 다른 세계로 데려가면서도, 그 세계를 통해 우리의 현실을 비춘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최신작은 눈부신 영상미로 관객의 감각을 압도하며, 판도라라는 상상 세계를 다시 한번 극장 스크린 위에 살아 숨 쉬게 만든다. 다만 그 화려함 뒤에 놓인 이야기는 여전히 익숙하고, 때로는 지나치게 단순하다.
■ 시각적 향연, 기술의 정점 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은 단연 시각적 경험이다. 최첨단 3D 기술로 구현된 판도라는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하나의 살아 있는 생태계처럼 느껴진다. 울창한 정글, 깊고 광활한 바다, 불과 재로 뒤덮인 거친 바이오돔까지—카메론은 관객의 시선을 단 한 순간도 놓아주지 않는다.
프랭크 프라제타의 공상과학적 상상력과 프랑스 인상주의를 연상시키는 색채 감각이 결합된 이 세계는, 거대한 레오노프테릭스의 등에 올라 하늘을 가로지르는 순간마다 시각을 통해 도파민을 직접 자극하는 경험을 선사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자연과 모든 생명체의 유기적 연결을 이야기하는 이 영화는 가장 비유기적인 방식—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크린 위에서 판도라는 놀라울 만큼 생생하게 살아난다.
■ 세계관은 깊지만, 이야기는 얕다 문제는 이야기다. 카메론은 지난 20여 년간 나비족의 언어, 신앙, 전통을 집요할 만큼 공들여 구축해 왔지만, 정작 서사는 가장 익숙한 판타지 공식을 따른다.
〈물의 길〉 이후 몇 달이 지난 시점을 배경으로, 제이크 설리(샘 워싱턴)와 네이티리(조이 살다냐)는 장남 네테얌의 죽음을 애도하며 가족을 지키기 위해 또 한 번 싸움에 나선다. 그러나 평화로운 메트카이나 부족의 삶은, 재조합 나비족으로 돌아온 마일스 쿼리치 대령(스티븐 랭)이 화산 지대에 사는 공격적인 망콴—일명 ‘재의 사람들’—과 손을 잡으면서 위협받는다.
이 부족을 이끄는 잔혹한 지도자 바랑(우나 채플린)은 강렬한 존재감을 남기지만, 캐릭터의 깊이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 기술과 대사의 불균형 영화는 압도적인 액션과 가족애, 그리고 때때로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대사를 뒤섞는다. “나는 스파르타쿠스다”식의 선언적 장면이나, 쿼리치의 진부한 한 줄 대사는 최첨단 기술과 묘한 대비를 이룬다.
이러한 조합은 마치 토요일 아침 TV 연속극을 보는 듯한 인상을 주지만, 다행히도 눈부신 CGI가 종종 서사의 허점을 가려준다.
■ 결국, 카메론이 주인공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바타: 불과 재〉는 제임스 카메론이라는 감독의 비전 앞에서 일정 부분 설득력을 얻는다. 그는 다시 한 번 관객을 현실에서 떼어내어, 세 시간 동안 완전히 다른 세계에 머물게 한다.
스토리는 새로울 것이 없고 기시감이 분명하지만, 그 여정 자체는 충분히 경험할 가치가 있다. 이 영화의 진정한 주인공은 등장인물이 아니라, 세계를 창조하는 카메론의 집요한 상상력이다.
별점: ★★★★☆ (5점 만점에 4점)
*CTV뉴스의 글을 번역,편집한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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