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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사르노스키 감독의 신작 ‘로빈 후드의 죽음(The Death of Robin Hood)’ 은 익숙한 영웅담을 과감하게 뒤집는다. 그러나 전설을 해체하는 과정에서 정작 관객들이 기대하는 모험과 활력마저 함께 사라졌다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
A24가 배급하는 이 작품은 우리가 알고 있는 의적 로빈 후드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부자에게서 빼앗아 가난한 이들을 돕는 영웅 대신, 수많은 살인을 저질렀지만 이제는 자신의 과거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늙고 지친 인간 로빈이 이야기의 중심에 선다.
영화는 휴 잭맨이 연기한 로빈이 황량한 습지대에서 한 여성을 무참히 살해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이 첫 장면은 작품이 전통적인 영웅 서사가 아닌, 어둡고 냉혹한 인간 드라마를 지향한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
사르노스키 감독은 앞서 영화 ‘피그’ 와 ‘콰이어트 플레이스: 데이 원’ 을 통해 독특한 분위기 연출 능력을 인정받았다. 이번 작품에서도 그는 로빈 후드 신화를 해체하고 인간적인 고뇌와 폭력의 흔적을 탐구하는 데 집중한다.
영화의 접근 방식은 로버트 에거스 감독의 ‘노스맨’ 이나 데이비드 로워리 감독의 ‘그린 나이트’ 를 떠올리게 한다. 화려한 전설 속 영웅 대신 역사와 민담의 거친 현실성을 강조하려는 시도다.
실제로 로빈 후드는 오늘날 대중이 알고 있는 귀족 영웅의 이미지보다 훨씬 오래된 민담에서 출발했다. 사르노스키 감독은 초기 전설의 어두운 뿌리에 주목하며 신화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탐색한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영화가 지나치게 무거워졌다는 점이다.
작품은 현실과 전설, 진실과 허구의 경계를 탐구하는 흥미로운 아이디어를 담고 있지만, 지나친 우울함과 냉소적인 분위기로 인해 서사의 추진력을 잃는다. 전반부는 특히 지나치게 느린 전개와 반복적인 분위기 연출로 관객의 몰입을 어렵게 만든다.
휴 잭맨은 세월의 흔적이 가득한 노년의 로빈을 설득력 있게 연기한다. 조디 코머 역시 브리지드 수녀 역을 맡아 안정적인 존재감을 보여준다. 북아일랜드의 거칠고 황량한 풍경을 담아낸 촬영 역시 인상적이다.
그러나 뛰어난 연기와 영상미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끝내 감정적 폭발력에 도달하지 못한다. 등장인물들은 끊임없이 신화의 무게에 짓눌려 있으며, 영화 전체를 지배하는 침울한 분위기는 관객이 캐릭터와 교감할 기회를 제한한다.
결국 ‘로빈 후드의 죽음’ 은 전설의 허상을 벗겨내려는 야심찬 시도였지만, 그 과정에서 로빈 후드라는 이야기의 가장 큰 매력인 모험심과 생명력까지 함께 제거해 버린 작품으로 남는다.
신화를 해체하는 데는 성공했을지 모르지만, 관객을 사로잡는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데는 아쉬움을 남긴다.
평점: ★★☆☆☆ (4점 만점 2점)
‘로빈 후드의 죽음’은 A24 배급으로 북미 극장에서 개봉하며, 강한 폭력 장면으로 인해 미국 영화협회(MPA)로부터 R등급을 받았다. 러닝타임은 123분이다.
*CP24의 글을 번역,편집한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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