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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병원에서 예방 가능한 의료 피해가 여전히 심각한 수준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보고서가 발표됐다. 전문가들은 “더 이상 개인의 실수로만 돌릴 수 없다”며, 의료 시스템 전반의 ‘문화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캐나다 보건정보연구소(CIHI)와 캐나다 의료혁신센터(HEC)는 급성 치료 병동에서 발생하는 의도치 않은 환자 피해를 추적한 최신 보고서를 공개했다. 두 기관은 피해를 “근거 기반 진료를 통해 예방할 수 있었지만, 입원 중 발생하고 같은 기간에 발견·치료되는 의도치 않은 결과”로 정의했다.
입원 환자 17명 중 1명, ‘예방 가능한 피해’ 경험 CIHI의 ‘병원 피해 프로젝트(Hospital Harm Project)’ 데이터에 따르면, 2024~2025년 사이 급성 입원 사례 17건 중 1건에서 최소 한 건의 피해가 발생했다. 이 중 약 25%는 두 가지 이상의 피해를 동시에 입었다.
보고서가 추적한 피해 유형은 감염, 수술 후 합병증, 투약 오류, 욕창 등 31가지에 달한다. 전반적인 위해율은 팬데믹 이전 수준에서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으며, “진전이 정체됐다”는 분석이다.
멜라니 호세 데이비슨 CIHI 의료시스템 성과 책임자는 “팬데믹 이전에는 병원 안전 개선이 꾸준히 이루어졌지만, 코로나19 이후로 그 흐름이 멈춘 상태”라며 “지금은 다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피해 사례는 대부분 작지만, 그 수가 매우 많고 누적 효과가 크다”며 “17건 중 1건이라는 비율은 결코 작지 않다”고 강조했다.
피해 환자는 평균적으로 입원 기간이 5배 더 길고, 치료비는 4배 이상 높았다. 일반 입원비가 약 1만 달러인 반면, 피해 환자의 평균 치료비는 4만 5천 달러를 넘었다.
“비난과 수치심이 아닌, 학습의 문화로” HEC의 데니스 맥콰이그 전무이사는 “안전은 사고가 났을 때만 논의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의료기관 내 ‘비난 없는 문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녀는 “의료진이 실수나 문제를 두려움 없이 보고할 수 있어야 한다”며, “비난도 수치심도 없이, 평상시에도 안전에 대해 열린 대화를 나눌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데이비슨 역시 “의료진은 여전히 피해가 발생했을 때 죄책감과 두려움을 느낀다”며, “하지만 투명성과 학습 문화가 자리 잡은 병원일수록 피해 보고도 체계적”이라고 말했다.
“너무 복잡한 시스템, 인력 부족이 핵심 요인” 현장 간호사들은 “시스템이 개인의 영웅적인 노력에 의존하고 있다”며 구조적 한계를 지적했다.
토론토 지역 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에람 초갈라는 “인력 부족과 경험 부족, 과중한 업무가 반복적으로 피해를 유발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특히 중증 환자 병동에는 신규 인력이 많고, 경험 많은 간호사가 부족하다”며 “이런 환경에서 실수를 완전히 막기란 거의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캐나다 간호사협회(CNA)의 발레리 그르디사 CEO는 “현재 간호사 한 명이 환자 6~8명을 돌보고 있는데, 과거에는 4명 정도였다”며 “환자를 충분히 관찰하거나 개입할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경고했다.
그르디사 CEO는 또 표준화된 간호 데이터의 부재를 지적하며 “데이터가 부족하니 문제를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개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환자도 목소리를 내야 한다” 전문가들은 의료진뿐 아니라 환자와 가족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데이비슨은 “영어나 프랑스어를 못하는 환자는 피해를 입을 확률이 30% 더 높고, 85세 이상 고령 환자도 의사소통 문제로 위험이 크다”고 설명했다.
초갈라 간호사는 “환자 스스로 치료 과정을 이해하고, 문제가 있다고 느낄 때 즉시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환자와 가족의 참여가 의료 안전의 마지막 방어선”이라고 말했다.
결론 캐나다의 의료계는 기술적 개선뿐 아니라 ‘비난 없는 문화’와 ‘소통 중심의 시스템’으로의 전환이 시급하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환자 안전은 의료진 개인의 문제가 아닌, 의료 시스템 전체의 책임이라는 메시지가 이번 보고서의 핵심이다.
*CP24의 글을 번역,편집한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