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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전력망이 빅테크 기업의 데이터 센터 확산으로 심각한 압박에 직면하면서, 정책 당국이 전력 비상 상황에서 데이터 센터를 전력망에서 분리하는 강경책을 검토하고 있다. 이는 2021년 겨울 폭풍으로 수십 명이 사망한 텍사스 정전 사태 이후 전력망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전국적으로 확산된 데 따른 대응이다.
데이터 센터는 인공지능(AI) 학습, 클라우드 서비스, 비트코인 채굴 등 고도화된 연산 작업을 위해 막대한 전력을 필요로 한다. 특히 2022년 말 ChatGPT 출시 이후 글로벌 AI 수요가 폭발하면서 전력망 운영사들은 발전 설비 확충 속도가 수요 증가를 따라가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텍사스, 그레이트 플레인스, 중부 대서양 지역에서는 이미 향후 전력 수요 급증 전망치를 내놓은 상태다.
텍사스는 지난 6월 전력회사가 대규모 사용자의 전원을 우선 차단할 수 있도록 기준을 강화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는 혹서기·혹한기 등 전력 수요가 정점을 찍는 며칠간 대규모 정전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미국 최대 전력망 운영사 PJM 인터커넥션도 유사한 방안을 검토 중이다. PJM은 버지니아, 오하이오, 펜실베이니아 등 데이터 센터 밀집 지역을 포함해 6,500만 명에게 전력을 공급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업계의 반발을 불러왔다. 데이터센터연합(DCC)은 “모든 데이터 센터가 동일한 속도로 예비 발전기로 전환할 수 없다”며 유연한 규정을 요구했다. 동시에 비상 상황 시 자발적으로 가동을 중단하는 데이터 센터에는 재정적 보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일부 소비자 단체는 PJM의 제안이 전기 요금 인하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데이터 센터가 자체 전력원을 구축하도록 하는 ‘자체 발전(Bring Your Own Generation)’ 모델을 요구하고 있다.
한편, 일부 기업은 선제적으로 전력 절감 합의를 시도하고 있다. 구글은 인디애나주 포트웨인에 20억 달러 규모 데이터 센터를 건설하면서, 전력망 과부하 시 전력 사용량을 줄이기로 전력사와 계약했다. 그러나 계약 세부 사항이 공개되지 않아 소비자 단체는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데이터 센터의 전력망 분리 정책이 단기적 위기 대응에는 효과적일 수 있으나, 근본적으로는 발전소·송전망 투자 지연과 에너지 수요 관리 방식 전환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텍사스대 마이클 웨버 교수는 “데이터 센터의 유연성이 곧 의무화될 것”이라며 “이 같은 현상은 미국 전역에서 반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존스홉킨스대 에이브 실버먼 연구원은 “1년에 단 5시간의 수요를 위해 수십억 달러를 들여 발전소를 건설하는 것이 합리적인가”라며, “전력 수요 관리 방식 전환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결국 미국 전력망은 데이터 센터 시대에 맞는 새로운 규제·투자 모델을 찾지 못한다면, 전력 위기는 구조적 문제로 고착될 수 있다는 경고가 힘을 얻고 있다.
*CTV뉴스의 글을 번역,편집한 것입니다. |